#현지적응 #적응 #NorthVancouver 유학맘 감동 수기(후기) 수상 2번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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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10년, 20년 뒤 알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여름 9살짜리 아들과 6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조기유학을 떠날 결심을 했을 때, 매일밤 떠오르는 고민이었습니다.
지난 10여년동안 부모님과 함께 삼대가 살아왔기에 고민은 더욱 컸습니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나이 드신 부모님들이 견디실 수 있을까 하는 점도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는 못할망정,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라"는 말로 오히려 제 등을 떠미셨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유학비용도 평소 한국에서 들어가던 교육비에 생활비가 조금 더 들어가는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자린고비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을 했지요.
어찌보면 단순무식하게 "영어도 배우고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평생 기억에 남는 경험과 추억이 될 거야"라는 소망을 가지고 태평양을 넘어온 겁니다.
저희 큰아이는 한국에서 2년 정도 영어유치원을 다녔고 초등학교에 입학해 1년 6개월(2학년 1학기) 학교 생활을 하다가 이 곳 9월 학기에 맞춰 밴쿠버에 왔습니다.
큰아이는 고맙게도 이 곳 공립학교(Grade 3)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적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하다가 몇 명의 아이들과 친해지고 매일 쉬는 시간마다 같이 축구를 하면서 금새 영어를 일상 생활화한 겁니다.
문제는 kindergarten에 다니는 둘째였습니다. 한국 나이로 7살이지만 영어를 배우지 않고 와서인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습니다.
처음 2~3개월 동안은 아침 등교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떼를 썼고, 선생님이 직접 아이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쉬는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는데, 운동장에 있는 그네 옆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놀이터엔 같은 반 아이들이 있었지만, 딸아이는 대화가 통화지 않으니까 친해지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그래도 딸아이는 학교가 끝난 뒤에 “오늘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걱정할까봐, 7살짜리 아이가 하는 착한 거짓말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이제 밴쿠버에 온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배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토론과 각종 야외활동 위주의 수업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씩씩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아들 녀석은 캐나다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play date(각자의 집에 초대해서 함께 어울려 노는 것)’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지요. 또 영어로 하는 대화에도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만큼 능숙해졌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노스밴쿠버 주변 레크리에이션센터(렉센터)도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영, 스케이트, 인라인, 수영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배울 수 있는데요. 시설도 매우 훌륭합니다. 코치들의 친절한 가르침을 보면 부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또 밴쿠버에는 학부모가 주축이 된 각종 클럽활동이 많은데, 축구나 야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축구클럽을, 4월부터 6월까지는 야구클럽이 인기를 끌죠.
축구나 야구클럽을 가면 아빠 엄마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조용히 응원을 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눕니다.
예전에 <간디자서전>에서 읽었던 “체육은 교과과정에서 지육(智育)과 꼭 같은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는 말은 이 곳에서 거의 일상화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포츠를 하더라도 코치나 친구들과 실용영어를 하기 때문에 더 친밀감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영어 스피킹을 힘들어하던 둘째도 렉센터에서 짐네스틱(체조)이나 수영, 클레이 수업 등을 하면서 이 곳 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영어도 부쩍 늘었습니다.
물론 학교 수업 중에 영어 초보자를 위한 ESL 수업을 따로 듣기 때문에, 느리지만 서서히 영어실력이 향상되어 갔구요.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과도 꽤 친해져서 이제는 canadian 친구의 생일파티에도 초대를 받아 가고, 또 저희 집에도 초대해서 같이 놀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북미식 교육시스템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숙제를 내주지 않는 대신 하루에 영어책 한 권은 읽도록 합니다.
또 학교에서 다양한 ‘activity(야외활동)’를 진행하는데요. 예를 들면 1박2일이나 2박3일간의 아웃도어 스쿨 캠프를 통해 염소나 양을 직접 만지는 체험을 한다던가, 또는 주변 산으로 등산을 가고 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Field trip’ 활동도 합니다.
물론 학교의 수업 강도는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영어를 일상생활화하면서 토론과 독서, 야외활동 등이 잘 균형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과 후에도 렉센터나 도서관에서 스포츠, 독서 등을 즐기는 모습이 일반화되어 있구요. 렉센터 비용은 한 종목당 한달에 거의 몇만원 수준으로 저렴한데, 교육 수준은 꽤 높아 만족도가 큽니다. 또 마을마다 도서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곳에서는 스토리텔링, 북버디(자원봉사자와 함께 영어책 읽기) 등 광범위하면서도 알찬 교육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습니다. 유학맘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곳이지요.
세계적으로 이 곳을 왜 아이들의 천국이라 하는지, 몇 달이 지나면 절로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요.
반면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신체접촉(때리거나 심하게 부딪치는 등)을 하면 심할 경우 정학을 받기도 합니다. 서로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매너는 확실히 지키도록 하는 거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덕체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학 과정이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이 배우는 과정을 여기서는 ‘Grade 5(우리로 치면 초등 5학년)’에서 다루는 등 수학 진도에 차이가 납니다.
물론 중학교 이상(캐나다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묶어 ‘Secondary’로 통칭)이 되면 수학 과정이 매우 빠르고 어렵게 진행된다고는 합니다.
아무튼 과목 간에도 진도가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한국의 수학 문제지를 풀도록 하는 학부모님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학이 좀 뒤쳐질 수 있겠구나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과 달리 학생과 선생님의 수평적인 관계는 아이가 편안하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어리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는 교육환경은 아이에게 저절로 창의성을 키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구요. 처음에는 너무 쉬운 공부만 하는 것 같아 염려도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어실력이 늘고 의견을 똑똑히 말하는 아이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폭 넓게 배우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교육방법이 한국의 빠른 수업과정과 대조적이지만 아이에게는 영어와 글로벌 문화를 함께 체험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익한 것 같습니다.
외국인을 만나면 엄마 뒤로 숨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 그지 없습니다. 예전에 학원에서 배우던 문제풀이식 영어가 아니라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영어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큰아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면서 독서에 대한 습관이 붙은 것 같아 흐뭇합니다.
일상에서 영어를 생활화하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향살이라 외롭고 힘든 부분도 많지만 큰 틀에서는 부모나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구요.
훗날 아이들이 저와 함께 보냈던 이 시간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국에서 지인들이 가끔 연락이 오는데, 저는 그 때마다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교육에 도움이 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희생은 기꺼이 감수할 필요가 있다구요. 물론 가정경제는 좀 빠듯해지겠지요.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경쟁식 교육시스템에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양적으로만 많이 시키려 했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차근차근 배워가도록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여기서 제가 하나 깨달은 건 언어만큼은 일상생활을 통해 익혀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노스밴쿠버 교육청 관계자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무리 뛰어난 교사라도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또 그걸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구요.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는 거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문제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권 생활을 습득하지 않으면 결국 세월이 흘러 영어를 다 잊게 된다구요.
저는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통해서 앞으로 가능한 폭넓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내년에 다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더 많이 배우게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의견을 묻고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커나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시간이 흐른 뒤 밴쿠버는 많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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